Jewelry Biography : OH SERIN

홍석우 / 패션 저널리스트

  • 디어매거진 (DEAR Magazine) 4호 “Jewelry Biography” (pp. 170~183, 2014) 인터뷰.

오세린은 주얼리를 만든다. 다만 그와 다른 패션 액세서리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분하는 지점은 주얼리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그는 제품보다는 작품으로 주얼리를 대하고, 만들고, 전시하고, 다시 작업한다. 처음 작가 오세린의 작업을 본 것이 2011년이었다. 당시 <모방과 속임수>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작업들이 무척 인상 깊었고 훌륭했다. 말 그대로 ‘모조품’들을 모아 재창조한 작업이었다. 그는 <모방과 속임수>의 시작을 이렇게 얘기했다. “금속공예 졸업작품으로 한창 고민하던 때에 명동에서 천 원짜리 액세서리를 파는 길거리 가게를 봤다. 그곳에는 싸구려 재료로 만든 모조품 – 진주를 물린, 접착제로 대충 마무리한 귀걸이나 명품의 카피, 얼핏 보면 비싸 보이는 것들 -이 회전 진열대에 빽빽이 걸려있었다.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그곳에 몰려있는데, 나 역시 종종 구매해 본 적이 있음에도 그 풍경이 너무 낯설게 다가왔다. 그때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미지가 ‘싸구려 액세서리로 뭉친 덩어리’였다. 나는 눈에 띄는 것들을 한 바구니에 담아 계산했고, 그것들로 만든 작은 오브제가 <모방과 속임수>의 시작이었다.”

오세린의 초반 주얼리 작업들은 용도가 없었다. 그는 수집한 각양각색의 액세서리들을 조형요소로 보고, 그것들이 모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뒤바꾸는 형식에 집중했다. 실제 착용은 그 후 반년 정도 지나서야 가능해졌다. 그는 ‘복제한 액세서리’가 상위계층의 소비를 동경하고, 모방하려는 대중의 욕망을 실현해준다고 여겼다. “현대사회는 소비 능력이 곧 권력이자 계급이 되는 곳 아닌가. 나는 수집한 액세서리를 틀을 짜서 수십 개씩 복제한 다음, 쪼개고 조합하여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복제품이었던 수집품들은 원본이 되었고, 결과물인 작품은 수집품들의 복제품이 되어 각 사물의 고유 가치가 전복되었다. 늘 위에서 아래로만 내려오는 견고한 패션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 이처럼 기존 패션 권력·소비를 뒤집어 바라볼 수 있던 것은, 그가 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