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fragments, 2022
“저는 1980년대에 공장과 주택가가 엉켜있는 문래동에서 태어나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개포동, 상계동, 수원, 분당, 죽전을 거치며 전 지역을 뒤덮고 있는 재개발 풍경을 가까이서 접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연탄 떼던 아파트도 있고, 판잣집을 밀어내고 갓 지은 신도시도 있었어요.
우리 사회는 자본의 논리에서 뒤쳐지고 다수의 삶을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집단을 구분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더 열악한 곳으로 빠르게 밀어내거나 지워버립니다. 제가 사는 봉천동은 달동네 이미지가 난다는 민원이 너무 많아 청룡동으로 이름을 바꾸기까지 했어요.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Home 시리즈도 재개발이 한창인 길음동과 정릉3동 정릉골, 그리고 제가 사는 봉천동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업이에요. 세 지역 모두 1960년대부터 정부 정책으로 철거민, 수재민, 화재민 등이 집단이주하며 생긴 지역이죠. 1990년대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그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고요. 저는 무너진 담벼락과 빈집 사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을 관찰하고, 깨진 지붕과 타일, 자갈 섞인 계단 모서리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보관하고 감상할 수 있는 양초로 만들었어요. 심지에 불을 붙이면 이 역시 금새 사라질테고요. 재개발지역에선 시멘트가 타일이나 페인트같은 마감재 없이 노출된 경우가 많은대요. 양초 받침대 역시 이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시멘트를 사용해 모두 다른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에서 많이 키우는 수국과 1960년대 산동네에 녹화사업으로 많이 아카시아의 향료를 넣었습니다. 그 장소가 본래 품고있던 시간과 맥락을 생각해보고자 하는거죠. ”
– 인터뷰 중
Fragments, beeswax, dye, hydrangea fragrance oil, cement, 2022
Fragments, beeswax, dye, hydrangea fragrance oil, cement, 2022
Exhibition view (with, Odense Design Studio, 2022)
photo by Odense Design Studio